도전의 항공정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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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정비를 정리하면서...

노후준비는십세부터 2021. 3. 2. 20:38

횟수로 5년 정도 몸 담았던 항공 정비를 정리하고자 한다...

공부한 것은 3년 반 정도, 업계에서 일한 것은 1년 반 정도 되는 것 같다.

항공 업계를 떠나고자 마음먹었던 것은 역시 코로나의 영향이 가장 크기도 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항공 업계가 내가 생각한 것만큼 유망하지 않다는 것과

나름 고급 기술직인 것에 비해 대우가 좋지 못하는 것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였다.

항공사에 취직했었다면 얘기가 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코로나와 앞으로의 또 어떤 것이 될지 모르는 질병에 의해서 심하게

위축될 항공 산업과 그 속에서 계속 마음고생할 나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선택이 어찌 보면 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코로나가 지나가면 항공 산업이 다시 활력을 되찾고 지금 추진되고 있는

MRO 사업 등이 더 활성화되면 괜찮은 산업이라는 것은 맞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항공 산업은 다른 산업들에 비해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은 모르겠으나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도

제한되는 사항들로 인해서 과연 얼마나 더 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이 소수의 인원들에게만 혜택이 되는 것이 아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주워지고 업무 환경이나 대우가 좋아져야 하는데

그동안의 업계 분위기로 봤을 때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사업주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노동자들에 대한 투자보다는 회사의 이익과

사업 확장에나 관심이 많아서 노동자들의 대우나 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는

노동자들 스스로 쟁취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조가 필요한데

정비사 노조는 조종사 노조에 비해서 그 힘이 세지도 않으며

회사마다 노조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의 정비사 선배들은 자신들과 후배들의 권익을 위한 노조 활동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결국 그러한 결과로 현재의 정비사들의 처우가 정해지지 않았나 싶다.

그들을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아쉬워서 하는 얘기고 그것이 싫으면

떠나는 것이 각자의 선택이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떠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짧지만 겪었던 업계 분위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LCC 항공사에서 반년 정도 일했던 얘기부터 해보겠다.

물론 명목은 실습이었지만 거의 인턴분들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업무를 했으며

많은 실습생들이 어떨 때는 인턴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그 반년이 항공사에서 일한 것으로 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괜찮았다는 것이다. 물론 와~ 진짜 좋다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다들 어느 정도 정비사에 대해서 생각하는 정도였고,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월급도 먹고사는 데는 나쁘지 않았다(고급 기술직이라는 생각에서는 더 받아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업무 환경은 정비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처럼 때론 위험하기도 하고 힘들고 고된 것은 맞았다.

아쉽게 라인 정비에서는 일하지 못했지만 비슷한 객실 정비를 하면서 스케줄 근무를

들어가서 라인 정비사 분들을 일하는 것을 보면 다른 부서 정비사들에 비해서

진짜 고생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많은 라인 정비사들이 업무 강도나

여러 가지 업무의 어려움으로 부서 이동이나 심지어 정비사를 그만둔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이상 모르는 것이고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편적으로는 다른 부서에 비해서는

위험하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 상황은 코로나 이전의 상황이다. 당시도 일본 문제나 중국 문제로 항공사들이

힘들어하고는 있었으나 코로나라는 어마어마한 대형 핵폭탄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고 아마 코로나 터지고 나서 내부의 상황은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일이 고된 것보다 자신의 생계를 걱정하고 일을 하면서 앞으로의 전망과

다시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본인도 경험해봐서 알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은 항공사(항공 업계)가 국제 관계나 유가, 코로나 같은 질병 등 여러 가지

외부 요소들에 의해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가 인력 채용에서부터

연봉 협상이나 정규직 전환 여부 등 직원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판단으로 코로나 이후의 항공사들의 인력 채용 정책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현재 정비사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공사들은 이번 코로나 인해서 많은 것은 느꼈을 것이고 그중에 하나가 인력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이번에 항공사들 내놓은 해결책이며 항공사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채용이나 유, 무급휴무, 심하면 구조조정(해고) 등 대부분 인력에 대한 부분이었다.

채용은 보류하고 합격자들의 입사 시기를 늦추는 것,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서

유, 무급휴무를 실시하고 나라의 지원금을 받아서 어느 정도 손해를 충당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녔을 것이나 구조조정이 바로 법적인 부분과 회사

이미지 문제 등으로 가장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구조조정은 회사가 크게 어렵지 않은 이상 잘 생각하지 않고 법적으로도 어려운 문제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을 통해서 회사가 인력에 대해서 특히 구조 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유동성이

적다 즉, 자신들의 선택권이 별로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앞으로 또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이것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으며 여기에 있어서 유동성을 보유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나의 지나친 걱정일 수도

있지만 항공사에서 일하면서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고 다른 대기업들이 현재하고

있는 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정비를 항공사 직원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청을 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MRO

업체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실정이니 더욱더 그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청을 주게 되면 정비에 따른 직원들을 덜 뽑을 수 있고 인건비나 정비에 따른 장비나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도 되니 평소에 훨씬 유지비가 덜 들 것이며, 무엇보다 앞에서 언급한 어려운 상황에서

하청 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보다 훨씬 쉬우며 대외적으로 이미지에도

크게 손상이 되지 않는 등 앞에서 얘기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 되겠다.

물론 내가 경영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도 이것이 얼마나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일했던 항공사에서 타이어 샵을 없애고 그 인원들을 라인 정비사로 보내고 그 일을 하청업체에

주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그게 현재 실행이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그러한 얘기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고, 법도 기업들의 로비로 인해서 언제든지 바뀌거나 예외 조항들이

생길 수 있는 것이 자본주의이고 현재 여러분들이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의 현실임을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라인 정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장 정비는 하청을 주고 줄여 나갈

것이며 라인 정비도 법적인 인원들만 최소로 유지하는 등의 정책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니 나한테 만약 앞으로 코로나 이후 항공사들이 다시 채용을 활발히 할까요?라고 묻는 다면

나는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판단은 각자 본인들의

알고 있고 생각하는 대로 하면 될 것이다.

 

나머지 1년은 현재까지 일하고 있는 경비행기 교육업체이다.

높은 학업 성적, 각종 자격증, 나름 높은 토익점수, 토스, 기종 교육 수료, 항공사 실습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지만 나이라는 벽 때문인지, 아님 코로나라는 변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려운 시기 감사하게도 경비행기 교육업체라도 취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거의 최저시급에 가까운 인금과 거기다가 지방 생활에 따른 월세 등 생활비로 인해서

들어가는 돈에 비하면 본가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것보다 못하고 코로나로 인해서 1년의 1/3은

월급이 삭감되어 받으니 이거는 오히려 돈을 모으는 것은 꿈도 못 꾸고 모아놓은 돈을 더 쓰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이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비전은커녕 좀 더 나은 연봉협상을 위해서는

회사를 옮겨야 하는데 그 회사들이 죄다 지방에 한 곳도 아니고 여기저기 퍼져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떠돌이 생활은 분명하고 여기서 어찌어찌 버텨서 항공사를 봐야 하는데 현장 정비는 경력이

인정이 안되니 힘들고 그나마 사무직(오버헤드)은 조금 인정된다는데 앞서서 언급했다시피

항공사의 전망을 그렇게 좋게 보고 있지 않으니 나한테 더 이상의 항공 정비사로서의 커리어는

의미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히려 업무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다행히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다들 젊고 서로 사이가

좋아서 그런 것이 주요했지만 기본적으로 항공 정비사로서 항공기의 기체부터 엔진, 작지만 계기까지

항공기의 전체적인 부분을 정비하는 것이 내가 꿈꿔왔던 정비사에 가장 가까웠기 때문이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일한 회사의 업무도 그리 많은 축에 속하지 않아서 조금 더 여유 있게 공부하면서

배울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제외하고는 기본적인 야근 수당조차 없이

복지라는 것이 전무하고 월급, 생활환경 등 모든 것은 그저 중소기업보다도 못한 수준이고

여기도 코로나의 여파를 피할 수 없으며 그래도 규모 있는 항공사들과는 달리 시스템이

잘 잡혀있지 않으니 회사의 존폐가 회사를 운영하는 대부분 한 사람 손에 달렸고 그 사람이

무능하면 구멍 난 배를 박스 테이프로 막고 있는 것을 보면서 뛰어내릴지 말지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침몰하는 배를 보고 있는 허망한 기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 회사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고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많은 고민 끝에 더 늦기 전에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분야로 전향하려는

용기를 내게 되었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 이 블로그에 처음 작성했던

"늦은 나이 항공 정비를 도전하게 된 이유..."라는 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은 항공 정비 산업 전망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고 "얼마를 버는 것보다 어떻게 버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자"라는 얘기에서

얼마를 버는 것에 대한 지분이 좀 더 높아졌다고 할까나? ㅋㅋ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내가 노력하는 만큼의 대우나 보상 등 보람이 기본적으로 베이스로

깔려있어야 어떻게 버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유지될 수 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하지만 항상 인생에서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펀치라는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처럼

"인생에 정답이 있나, 선택만 있지... 나는 그런 선택을 했고 지금 책임을 지고 있어"라는 말처럼

정확히는 우리가 앞으로 후회할지 말지라는 미래에 대한 정답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그저 선택을 할 뿐이고 그저 그 선택에 스스로 책임을 지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 선택에 책임을 지려고 하며 그 새로운 여정에 떠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서로 축복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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